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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진정한 나를 알아주는 사람 - 노멀 피플(Normal People)

by 미뇽쓰 2022. 9. 19.

(내용, 결말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 할 일 없이 유튜브만 보다가

알고리즘에 의해 우연히  알게된 아일랜드 드라마 '노멀 피플(Normal People)'

요약본 영상을 보고 계속해서 남은 여운과 결말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29금(!)으로 생긴 호기심에

지난 일요일 밤 기어이 웨이브 1개월 결제권 끊고 보기 시작했다.

첨에 2회만 보고 자야지 했는데... 결국 8회까지 밤새가며 정주행....(심지어 다 보고도 일부 장면 돌려보기까지;;;)

 

너와 있을때 비로소 나는 평범한(normal) 사람이 된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방영됐으면 욕 많이 먹었을 드라마다.;;;

남녀 주인공의 고등학교때부터 대학 4년 내내 끊임없는 이별과 만남 반복

분명 서로 좋아하는데도 오해하고 상처받고 그러면서도 애매한 관계(친구..?) 유지하는게 소위 고구마 전개랄까?;;;

이해가 안가서 보다가 채널 바로 돌아갔을텐데

희한하게 아일랜드 배경이라 그런지 아니면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인지아마도 둘다인듯 하다) 완전 몰입해서 보게 되었다.

 

두 사람의 이런 계속된 엇갈림의 이유는 둘다 보기와 달리 낮은 자존감과 내면에 깊은 불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주 메리앤은 부자집에 살고 공부도 잘하지만 차가운 엄마와 학대하는 오빠 때문에 예민한 성격으로

학교에서도 친구는 커녕 자주 놀림감이 되어 쓸쓸한 생활을 한다.

반면 남주 코넬은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서 주위 친구들이 많은, 한마디로 엄친아다.

그렇지만 미혼모 엄마 슬하인데다(엄마는 메리앤 네에 일주일에 2~3번 일을 해주고 있다)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모를때가 많아서 혼란스럽다.   

 

두사람 교복 입은 모습이 참 좋았다.

 

교내 운동선수이기도 한 코넬은 겉보기엔 상남자 마초 같지만 

그 나이 또래 일반적인 남자애들과 달리 짖궂지 않은 좋은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메리앤은 안다.

또 메리앤은 선생님께 반항하고 남자애들에게 독설을 해대는 괴짜 같지만 실은 착하다는 것을 코넬은 안다.

그리 친하진 않아도 남들이 모르는 서로의 진짜 모습을 알고 있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어느날 학교에서 둘만 있을때 메리앤이 툭 내뱉은 "좋아해(I like you)"라는 고백에 급속도로 진전된다.

다음날 엄마를 데리러간 코넬은 메리앤의 그 말이 '친구로서' 라는 뜻이 아닌줄 알면서도 한번더 물어서 확인한다음

메리앤에게 키스한다.(이게 메리앤의 첫키스였다...!!!)

아마도 코넬은 메리앤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확인해보고 싶었던게 아닐까?

 

이러한 관계의 시작에서부터 서로 다른 둘의 성격이 드러난다.

자신이 코넬에 대한 마음을 잘알고 솔직하게 말하는 메리앤.

메리앤에게 끌리면서도 자기 마음을 확신하지 못할 뿐더러 미리부터 주변을 신경쓰는 코넬.

키스하기전 코넬은 메리앤과 사귀는 걸 학교 친구들이 알게 되면 이상해질거라며 망설였지만,

그런 코넬을 좋아하는 메리앤은 다른 사람에게 비밀로 하자며(나중에 그게 상처로 돌아올줄 모르고) 코넬을 설득(?)한다. 

이후로 둘은 서로에게 자석처럼 끌리며 방과후 매일 같이 만나고 수시로 사랑을 나눈다(여기서부터 완전 29금 ㅎㅎ;;;)

 

점점 메리앤을 사랑하고 그녀와 있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코넬이지만

학교 친구들 앞에서 관계를 공개할 용기는 없다.

오히려 친구들의 오해를 사고 따돌려질까 두려웠던 나머지 맘에도 없는 레이첼에게 졸업파티 파트너를 신청하고 만다.

그런데 졸업파티날 안 충격적인 사실, 알고보니 친구들은 이미 코넬과 메리앤의 관계를 다 눈치채고 있었던 것..!!!

메리앤에게 상처 줘가며 애써 감춰올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코넬은

뒤늦은 후회가 몰려와 울먹이며 메리앤에게 연락을 하지만  

이미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메리앤은 학교에도 나가지 않고 코넬과의 연락을 끊는다.

 

 

 

 

시간이 지나 트리니티 대학(아마도 우리나라의 서울대 급인 듯 하다) 신입생이 된 코넬.

고향 슬라이고를 떠나 대도시 더블린으로 와서 대학생활을 시작했지만 설렘보다는 모든게 낯설고 힘들기만 하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에 집세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업 병행을 하는 코넬은 

슬라이고를 떠난 걸 후회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지쳐간다.

그래도 특유의 참을성으로 묵묵히 버티면서 조금씩 적응해나갈때쯤

우연히 알게된 친구 개러스의 초대로 간 기숙사 파티에서 그토록 보고싶었던 메리앤을 다시 만난다.

 

비록 헤어졌지만 서로에 대한 감정이 여전히 남아 있었기에

메리앤은 개러스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코넬과 다시 만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코넬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게 되고 집세를 낼 수 없어 머물 곳이 없어진 코넬은

차마 메리앤의 집에서 같이 지내고 싶다는 부탁을 못하고 그냥 슬라이고로 돌아가야한다고 말한다.

이 말을 헤어지자는 뜻으로 받아들인 메리앤은 그렇게 또한번 코넬과 헤어진다.

이 때 솔직하게 자신의 상황이나 마음을 말하지 못하는 둘이 답답하고 이해가 안되었다.

단순한 자존심의 문제였을까? 아니면 말꺼냈다가 거절당하면 상처받을까 두려워서였을까?

그리고 코넬은 다시 만난 이때도 왜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스킨쉽을 하지 않고 데면데면 했을까?

그런 태도가 자꾸 메리앤을 불안하게 만들었을텐데..

 

 

  

 

 

각자 다른 사람과 연애와 이별을 하면서도 계속 친구로 지내는 가운데

코넬과 메리앤은 이제 서로 가장 힘들때 의지하는 사람이 된다.

고등학교 친구 롭의 자살로 우울증을 앓고 여자친구 헬렌과도 헤어지게 된 코넬은 스웨덴에서 유학중인 메리앤과의 영상통화 덕분에 우울증을 이겨내고

냉정한 엄마와 폭력적인 오빠 때문에 두려움에 떨던 메리앤은 코넬의 보호 덕분에 자기의 삶을 조금씩 찾아간다.

그렇게 대학 4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고,

다른 사람과 달리 서로 앞에서는 진정한 자신으로 살수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서로 더 깊이 사랑하게 된 코넬과 메리앤.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코넬이 지도교수님의 권유로 지원한 뉴욕 소재 대학원 문예과에 합격하고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하면서 

코넬과 메리앤은 또다시 헤어짐을 맞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코넬과 메리앤이 흐느끼며 헤어짐을 받아들이고

눈빛으로 서로의 미래를 응원하는 모습을 볼때는 나도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우린 서로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줬어"

"난 널 정말 많이 사랑해.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은 절대 이렇게 사랑할 수 없을 거야"

 

"난 갈게"

"난 남을게"

 

"우린 괜찮을거야"

 

 

끊임없이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늘 연결되어있던 코넬과 메리앤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

그래서 꾸미거나 연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

작은 오해와 불안감으로 어긋나기도 했지만 

서로가 가장 힘든 순간 힘이 되어 주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 사람.

코넬과 메리앤이 4년 넘는 기간 동안 겪은 사랑과 이별, 성장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아일랜드의 풍광을 배경으로 담담하게 그려져 다 본 이후에도 긴 여운이 남을 만큼 너무 재밌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주인공이 실제 커플로 느껴질만큼 케미가 좋고 연기가 자연스러웠던 점도 드라마에 몰입하는데 큰 몫을 했다.

코넬 역의 폴 메스컬은 내가 좋아하는 외모 스타일은 아닌데(약간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게 생겼음)

특유의 담백한 표정이 매력있고 무엇보다 울먹이는 장면에서 연기를 너무 잘해 인상적이었다.

메리앤 역의 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이 얼굴이 왜 왕따인지 몰입이 안될만큼 예쁘고 사랑스러운 외모에(약간 앤 헤서웨이 느낌) 역시나 연기를 잘 하는지라 두 배우 모두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볼 예정.^^

 

 

 

 

그럼 여운을 주체하지 못해 무작정 쓴 후기는 여기까지 하고

1개월 이용권 남은 기간에 다시 정주행이나 해야겠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