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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직장 생활의 시작 - 눈치밥, 야근, 회식

by 미뇽쓰 2023. 1. 30.

언젠가 올려야지 하고 몇년전에 적어두었던 나의 직장생활 초기시절 이야기를

오늘 정리해본다.

(왜 하필 오늘인지는 모르겠다. ㅎㅎ) 

 

요즘은 친절하게 대략적으로 첫출근 예정시점을 알려주지만

그당시는 그런 배려 같은건 없었고 언제쯤 연락이 올까 하염없이 기다리던 중에

드디어 출근하라는 연락이 왔다.(한 이틀 전쯤에 왔던 것 같다;;)

 

뭘 어떻게 입고 가야할지를 몰라서 하나뿐인 정장치마와 구두를 신고 갔다.

인사드리러 가는데마다 커피 마시고 긴장상태로 앉아 윗분들 하시는 말씀을 가만히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드디어 나의 사무실로 안내 받아 왔는데

다들 매우 바쁘시고 나에게 그닥 관심이 없으셨다.

게다가 하필 그날이 "수요일 직장 체육의 날"인지라

(예전에 수요일이면 조금 일찍 마쳐서 간단한 운동과 단합대회 같은 행사가 있었다)

다들 일찍 마치고 편한 복장으로 사무실 앞 근린공원에 가서 운동할 준비하는데

나만 뻘쭘하게 치마입고 구두신고 따라갔던 기억이 난다...

 

과장님 배려로 첫 2주는 업무를 바로 하지 않고 OJT(On the Job Training)기간을 거쳤다.

하루종일 매뉴얼 읽고, 다른 직원들 일하는데 옆에서 눈치 보며 일을 배웠다.

기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 공부하려니 머리가 너무 아팠다...ㅠㅠ

그리고 자리로 전화가 어찌나 많이 오던지... 전화가 올때마다 깜짝깜짝 놀랐다.

(심지어 한동안 꿈에서도 전화 받았었지...ㅠㅠ)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때도 뭘 몰라서 한참 헤매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는데

직장에 들어가니 새내기 대학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직장은... (당연한거겠지만) 대학보다 더 배려가 없는 곳이었다.

누구도 먼저 다가와 가르쳐주거나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선배들이 좀 덜 바빠보일때 눈치껏 필요한 것만 물어보고, 밥 먹으러 갈때도 눈치껏 끼어야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직장생활의 대부분은 눈치밥이라는 거...;;;) 

 

그러다 눈치가 조금 늘어나니 이제 업무도 늘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야근을 주 2~3회 정도는 당연히 하게 되었다.

(낮에는 출장을 가거나 전화를 받아야해서 업무할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술을 좋아하는 윗분이 오시고 나서는 회식이 잦아져서 일찍 퇴근할 수 있는 날이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는 나날이 계속 되다보니 지금에 이르렀다...

 

 

 

정말 재밌게 봤던... 현실 공감 드라마 미생

 

 

부끄럽지만 지금도 나는 사실 직장을 하루하루 근근히, 버티듯 다닌다.

근 20년을 가까이 다녔음에도 사무실에 가고 싶었던 날보다 가기 싫었던 날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일은 늘 숙제처럼 다가오고... 한가지를 처리하면 다른 한가지가 또 생기고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직장동료들은

어떨땐 무척 친한 것 같다가도 어떨땐 결국 남이구나 싶은 사람들.

이렇게 하루하루 버둥거리며 보내다가 어느날 직장을 그만두는 순간이 오겠지...

그순간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면 대체 어떤 기분일까...?

이런 생각하면 앞으로의 하루하루를 최소한 부끄럽지는 않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끄럽지 않게. 긍정의 힘으로

오늘 하루도 잘 버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