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저런

생존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 영화 <모가디슈>

by 미뇽쓰 2021. 8. 17.

오랜만에 극장에서 본 한국영화 <모가디슈>

유명한 감독 연출 유명한 배우 출연, 이국적인 풍경과 실감나는 장면으로 평점이 좋길래 기대를 갖고 예매했다.

다행히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더 재밌게 보았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배경은 아프리카에 위치한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다.

80년대 말 UN가입을 위해 노력중이던 남북한은 제3세계 특히 아프리카의 표를 얻기 위해 모가디슈에서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반군의 기세가 커져 통신, 치안이 마비되고 대사관까지 공격 받으면서

생존을 위해 남북한 외교관과 가족 20여명은 함께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다.

(이탈리아 대사관에 4시까지 도착하면 구조기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와 마치 당시 현지를 재현한 것 같은 모습,

마지막의 긴장감 넘치는 차량 탈출 장면까지 더해져 그당시 긴박했던 상황속에 내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영화로 볼 뿐인데도 보는 내내 긴장하고 있었는데, 실제 그분들은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어린애들까지 총을 들고 함부로 쏴대는 상황이었으니...

부패한 정부에 맞서 항의하는 정도가 아니라 살인과 약탈을 일삼는 폭도로 변해버린 소말리아인들을 보면서 내 상식으로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리고 (치안이 잘 유지되는) 새삼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 외교관들은 대사관이 폭도들에게 공격 당하고 갈곳이 없어지자

부득이하게 남한 대사관에 찾아와 함께 지내게 된다.(적과의 동침)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남북관계를 생각하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받아주는 남한이나 들어오는 북한 모두 처음에는 각자 서로를 이용하려는 마음을 품었다.(동상이몽)

그래서 다투기도 하고 의심도 한다.

하지만 결국 서로 돕지 않으면 살아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마지막 탈출을 감행할 땐 서로 온힘을 합쳐 마침내 성공한다.(비록 한 사람이 희생되었지만ㅠㅠ)

살아남아야한다는, 생존이라는 목표 앞에서 자존심이나 계산 따위가 뭐 중요하겠는가.

그런 절박함은 북한측에 어린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이탈리아 구조기를 타고 무사히 케냐 공항에 도착한 남북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잠시나마 힘을 합쳤던 상황이 끝나자 다시 각자의 현실로 돌아간다.

마지막에 남북한 버스가 각자 반대로 향하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나는데

아마 다시금 서로 외면할수밖에 없는 상황을 암시하는 것 같다. 

결국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내전이 된 소말리아와

그리고 지금도 소리 없이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한반도의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소중한 건 생명이고 이를 지키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한다는 걸 깨달았다.

 

오랜만에 재미와 감동, 생각할거리를 많이 만들어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