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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모든 것이 영원히 되돌아오더라도 나는 나의 생을 사랑할까 - 사는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박찬국

by 미뇽쓰 2022. 7. 10.

살면서 사는게 힘들다고 한번이라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옆에서 보면 하나 아쉬울 것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남들이 모르는 자기만의 어려움 하나씩은 있을터.

나도 그랬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고

고등학교, 대학교 진학도 불안했던 시절,

다른 친구들은 좋은 부모님에게 태어나 편하게 살면서 원하는 것 다 누리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하나... 남들에게 당연한게 왜 나는 힘들어야 하나

가난한 집에 살며 전전긍긍하는 내 현실을 원망했었다.

 

그래도 다행히 대학은 그런대로 원하는 곳으로 진학할 수 있었고

스무살이 되면서 지금부터의 삶은 내가 만드는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 스스로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무살 되던 해 설날 큰아버지가 해주신 말씀의 영향이 컸다)

내 형편을 탓해봐야 바뀌는 건 없고, 이제부터는 내 삶에 대해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이다.

생각해보면 그런 현실 덕분에(?)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고

지금의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으로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 니체(Nietzsche)는

그래서 자신의 (가혹한) 운명(고난)을 사랑하라(amor fati)고 한다.

인생은 운명과의 싸움이고, 사람은 운명과의 대결을 통해 자신을 보다 강하고 깊은 존재로 고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운명을 받아들이되, 긍정하고 사랑하면 자신의 역경을 오히려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할 수 있다.

(내가 학창시절에 니체의 책을 읽었더라면, 좀더 빨리 깨닫고 나의 현실을 원망하는 대신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며 삶의 의지를 불태웠을려나?ㅎㅎ)

 

니체가 살았던 19세기말 유럽은 

근대과학이 발달하고 산업혁명이 이루어지면서 급속한 사회변화와 더불어 가치관의 혼란이 커진 시기였다.

특히 과학의 발달로 예전 같으면 신이 했다고 생각했을 각종 자연현상(예컨대 벼락)을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은 더이상 신(종교)을 믿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말한다.

그 전의 사람들은 사막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아무런 불만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낙타'와 같은 정신 상태였다.

신을 믿고,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절대적인 진리로 알면서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다.

그러다 기존의 가치(규범)를 받아들이지 않고 "삶의 의미"를 묻는 순간, 사람들은 '사자'와 같은 정신 상태가 된다.

그러나 '사자의 정신'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진 못한다.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이 결여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를 니체는 니힐리즘(nihilism, 허무주의)이라고 명명한다)

 

이렇게 과학에 의해 '신이 살해된' 세계에서, 생은 어떻게 긍정될 수 있는가?

니체는 인생을 유희(놀이)처럼 사는 '아이의 정신', 그리고 '예술'에서 답을 찾는다.

아이는 왜 놀이를 하는지 묻지 않는다. 즉 인생의 의미를 묻지 않는다.

니체는 인생의 의미에 대한 물음은 어떤 이론적인 답을 통해서도 해결될 수 없고,

그런 물음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상태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으로만 해결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예술은 인간의 삶에 충만함을 부여하며, 예술가는 '도취'라는 고양된 기분 속에서 삶과 세계를 아름답고 충만한 것으로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우리는 스스로의 삶을 예술가처럼 살아야한다고 말한다.

 

결국 니체는 저 먼 천국이나 피안의 세계가 아닌

내가 현재 딛고 서있는 세계, 현실을 긍정한다.

(그렇다고 마냥 현실에 안주하라거나 숙명론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한마디로 운명, 삶을 긍정하고 즐기라는 뜻이다.

그래서 만약 단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삶의 모든 순간이 영원히 되돌아오더라도, 과연 그 생을 사랑할 것인가' 라는 질문 앞에 놓인다면 그럴 수 있어야한다(그럴 수 있는 삶을 살아야한다).

니체의 영원회귀(동일한 것의 영원한 반복)는 지금의 삶을 긍정하는 것이기에 

불교의 윤회사상나 다른 여타 사상(종교)의 것과는 전혀 다르다.

(내 블로그 제목이기도 한데 사실 제목으로 정할때는 이런 뜻인줄 몰랐다...;;;)

 

 

 

이러한 니체의 사상은 심오한 듯 하면서도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둔다.

삶을 긍정하라는 메시지는 사람에게 삶에의 의지를 주는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의 체제(시스템)에 불만을 갖지 말라? 내지는 탓하지 말라? 는 뜻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리고 인생의 의미 자체를 묻지 않는 아이와 같은 상태는 도대체 어떤 상태인지, 이제는 아이로 돌아갈 수 없어 사실 잘 모르겠다.;;

어찌됐건 상황 탓만 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대로 스스로를 독려해서 고양시키고

특정한 종교나 신념만을 믿으려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모든 의심을 통해 생각을 발전시키고 

그래서 니체가 말하는 '초인'까지는 못되겠지만,

적어도 자극에 민감하면서 안락만 탐하는 병약한 인간, '말세인'만은 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다짐 해본다.   

그리고 나에게 다시 물어본다.

 

"모든 것이 영원히 되돌아오더라도, 나는 나의 생을 사랑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