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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삶은 자기 자신을 향해 가는 길이다 - 데미안 / 헤르만 헤세

by 미뇽쓰 2022. 5. 20.

 

 

 

 

나는 내 속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 했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한참 중2병 앓던 시절, 겉멋이 제대로 들었던 나는

세계 문학 고전을 섭렵하리라는 결심을 하고 <데미안>을 읽었다.

그런데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났다. 그냥 되게 재미없고 어려웠다 정도?

그 당시 나는 말 그대로 글자를 그냥 읽었을뿐, 내용은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다시 읽어봐도... 역시 쉬운 책은 아니다.ㅠㅠ

스토리 라인 자체는 복잡하지 않지만, 워낙에 철학적인 주제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난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이자 작가인 헤르만 헤세)처럼 내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본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나 역시 데미안이 말하는 대부분의 '표식' 없는 사람들 중 하나라서?^^;;)

그래서 싱클레어가 유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기까지 왜 이렇게까지 방황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지 솔직히 그 마음을 다 따라갈 수 없었다.

그렇지만 짐작해보건대, 싱클레어가 살았던 20세기 초 유럽은 격동의 시기로

물질적인 면에서 엄청난 변화(산업혁명)와 그에 못지 않게 온갖 가치관, 사상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고

무엇보다 전쟁으로 수많은 목숨들이 죽어나가는 있었기 때문에

그런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으로 살고자 몸부림쳐야 했을 것이다. 특히 싱클레어 같은 예민한 감각의 사람이었다면.

 

 

데미안의 줄거리는 생략하고

(줄거리 : 어린 싱클레어가 방황하다가 데미안과 에바부인을 만나 자기를 발견하며 정신적으로 성숙해가는 이야기. 끝.)

여기서는 내가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만 기록으로 남겨두려 한다.

 

 

(p. 7) 실제로 살아 숨 쉬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요즘은 그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 대자연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목숨을 무더기로 쏘아 죽이기도 하니까. 만일 우리가 귀하고 유일무이한 목숨들이 아니라며, 총알 하나면 세상에서 간단히 제거해버릴 수 있는 존재들에 불과하다면, 이 이야기는 써 내려갈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 이상이다. 유일무이하고 특별하며, 세계의 현상들이 시간 속에서 딱 한번씩만 교차하는 엄청나게 놀라운 지점이다. 그래서 모든 개인의 이야기는 중요하고, 영원하며, 신성하다. 자연의 의지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든 경이로운 존재로서 주목받아야 하는 것이다. 모든 개인은 자신의 내면에서 정신의 형체를 갖춰 가고, 신의 피조물로서 고통받으며, 저마다의 구세주를 십자가에 매달고 있다.

 

(p. 8) 저마다의 삶은 자기 자신을 향해 가는 길이다. 시도하는 길이자, 좁고 긴 길이다. 지금껏 누구도 완전하고 온전하게 자기 자신에 이른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누구나 그 길의 끝까지 가려고 애쓴다. 어두워서 더듬거리며 걷는 이도 있고, 환한 길을 성큼성큼 가는 이도 있고, 저마다 나름의 최선을 다한다. 각자가 출생의 흔적들, 태고의 점액과 알껍데기를 끝까지 지고 간다.

 

(p.147) 우리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신이자 악마이고 빛의 세계와 어둠의 세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네. 아브락사스는 어떤 생각도, 어떤 꿈도 제외하지 않아. 그 점을 결코 잊지 말게. 그러나 만약 자네가 흠잡을 데 없이 모범적이고 평범한 사람이 되어버리면 그가 당신을 버릴거야. 당신을 버리고 자기의 사상을 요리하기 위한 새로운 그릇을 찾아갈 거야.

 

(p.173) 각성된 인간에게 부여된 의무는 단 한 가지, 자신을 찾고 자신의 내면에서 견고해져서 그 길이 어디에 닿아 있건 간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길을 더듬어나가는 일.그 이외의 다른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p.253) "무엇이든 '우연히' 발견되고, '우연히' 시작되는 것은 없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나를 얽매 와도,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고 집중해야 한다. 우리들 마음속에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모든 것을 우리 자신들보다 더 잘해내는 누군가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