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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살면서 계속 필요할 것 같다 - 수학이 필요한 순간 / 김민형

by 미뇽쓰 2022. 1. 4.

수학이 필요한 순간.

 

문과생이었던 나에게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수능 응시 이후 사실상 끝났었다.

(아 대학 시절 통계학 과목 때 수학이 좀 필요하긴 했다.;;)

문과 치고 수학을 못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았고(수학은 단지 수능을 위해 열심히 했을뿐)

외국에서는 기본적인 것만 한다던데 우리나라는 왜 전국의 수많은 학생들이 고생해가며 이렇게 수준 높은(?) 수학을 배워야하나 생각했다.

(그러면서 우리 애가 소위 '수포자'가 될까봐 수학학원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 오랫동안 수학과 상관 없는 삶을 잘 살아 왔는데

왜 하필 이 책이 책장에서 눈에 띄였고 망설임 없이 집어들었으며 하루만에 다 읽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책에 광고성으로 적힌 "수학책에 쏟아진 유례없는 환호!" "출간 즉시 종합 베스트셀러!" "더없이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문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인간은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가" 라는 부제 때문이었을까...

 

내가 정말로 읽었다는 티를 내고 싶어서 띠지 붙인 책 사진 올리기;;

 

 

책 날개에 적힌 지은이 김민형 교수의 약력을 보면 이 분이 과연 나와 같은 세상을 사는 사람이 맞나 싶을만큼 세계적으로 대단한 수학자이시다(ㅎㄷㄷ;;;)

중학교 1학년때 몸이 아파 학교를 쉰 것을 계기로 혼자 집에서 공부하며 서울대학교 수학과에 입학(놀라움은 이제 시작)

서울대 개교 이래 첫 조기 졸업생이며 예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메사추세츠공과대학 연구원, 퍼듀대학교,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교수, 포스텍 석좌교수, 서울대 및 이화여대 초빙 석좌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옥스퍼드대학교 머튼칼리지 교수이자 서울고등과학원 석학교수이다.

이렇게 가히 수학 천재라 할 수 있는 분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1년여간의 수학 강의를 하고 그걸 편집해서 세상에 나오게 된 책이 바로 이 책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한다.

수학의 최상급에 계신 교수님이 저 밑바닥 근처에 있는 수강생들에게 맞춰서 강의를 하려면

그 복잡하고 어려운 것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풀어내야하니 얼마나 많은 능력과 수고로움이 필요했을지..

 

 

근의 공식..사인 코사인...ㅠㅠ

 

 

그런데 읽어보니 수학책보다 철학책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래서 부제가 '인간은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가' 인가 보다)

지은이는 책을 '수학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러고보니 수학하면 방정식, 문제 푸는 것만 생각했지 수학이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은 한번도 없다.

지은이는 수학이 단순히 숫자를 사용해 계산하거나 논리학만은 아니며

'추상적인 개념적 도구를 사용해 세상을 체계적으로 정밀하게 설명하려는 의도'로 볼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물리학이나 심지어 가끔은 인문학에서도 수학적 방법론을 사용하는 것이다.

수학이 무엇인지, 어떤 학문인지 학교 다닐때 이렇게 알려주는 선생님이 계셨다면

수학이 쉽지는 않아도 좀더 재밌지 않았을까?

 

이 책이 철학책 같다고 특히 느낀 부분은 3강 확률강의에서다.

내가 샌델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책에서 처음 접했던 '트롤리 문제'가 나오는데,

섬뜩한건 이 만약에~가 실제로 자율주행차량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리라는 형이상학적 문제를 구조화, 모델화하여 알고리즘으로 만들어내고 있으니'(p.138)

윤리 철학 문제가 통계 수학 모델로 바뀌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봐야한다.

우리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 건지, 합의할 수 없다면 각자 원하는 대로 알고리즘을 설정하면 되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이 모든 윤리적 판단을 어떻게 수학적(기술적)으로 구현해서 사용할 것인지...

 

과학은 복잡한 요소들을 단순화해서 더 정밀하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준다는 것입니다.
문제를 단순화한 다음, 더 복잡한 모델이나 강력한 요구 조건을 만들며 개선점을 찾아나가는 것, 이것이 과학이 하는 일입니다.(p.214~215)
수학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인간이 답을 찾아가는데 필요한 명료한 과정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의 문제에서도 정답부터 빨리 찾으려고 하기보다 좋은 질문을 먼저 던지려고 할 때, 저는 그것이 수학적인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대범하게도 수학적 사고를 통해서만 우리는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우리가 찾은 답이 의미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p.265~266)

 

 

p.s. 교수님 혹시 청소년을 위한 수학강의나 수학책 쓰신 건 없는지 찾아봐야겠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