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일을 해본적도 없고 꿈꾸지도 않지만 왠지 기획자라는 말을 들으면 설레고, 멋있다.
그래서 제목에 '기획자'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관심책으로 담게 된다.
남들이 무심코 스쳐지나가는 것들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재치를 가지고
그걸 멋있는 성과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란 생각 때문이다.
저자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장순씨는 엘레멘트 컴퍼니의 대표로서
구찌, 인천공항, CJ, 마켓컬리 등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회사들의 브랜딩, 마케팅, 디자인 등을 수행하며
기획, 전략 수립, 브랜딩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아 왔다.
그런 분이 자신의 비법(?)을 전수해주신다고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보았다.^^
(참고로 기획 관련 자기계발서 부류의 책이 전혀 아니다... 차라리 인문학적 소양이 높은 저자의 에세이 같은 느낌)
기획의 비법을 알기 전에 먼저 '기획'이란 대체 뭘까?
기획(企劃). 어떤 일을 도모하고(企), 그 생각들을 나누어 보는 것.(劃)
기획은 특정 대상에 대해, 특정한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데 가장 적합한 행동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듣고 보면 매우 거창한 것 같지만, 그날 점심메뉴를 정하는 사소하고도 일상적인 행동들도 기획의 범주에 포함되기에,
기획은 누구나 하고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다.
기획에는 천재도 없고, 정석도 없다.
삶에 대한 기획이 없으면, 생각한대로 사는게 아니라 사는대로 생각하게 되므로,
'스스로의 삶을 기획하고 기획한대로 살 필요가 있다' 고 저자는 얘기한다.
기획이 멀리 있는게 아니라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고민하고 실천하는 그 모든 활동이 기획이었던 거지
(문제는 고민만 하고 실천을 안함...;;;)
성공하는 기획자는 변화에 민감하고,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게 뭔지 알아내서 제시한다.
변화에 민감하려면, 즉 변화를 잘 감지하려면
세상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갖고 잘 살펴보아야 한다. 즉 관찰을 잘 해야한다.
세상을 항상 깨어있는 눈으로 잘 보고(觀) 살펴야(察) 한다.
하나의 틀에 갇히지 말고, 좀더 경청하면서 대상이 가진 숨은 의미를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끊임없이.
(그러고보면 기획자는 고된 직업일 듯하다.)
살다보면 매 순간, 공간이 너무 익숙해진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것처럼
그런 익숙함에서 벗어나야 좋은 기획을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관찰하고 공부하고 기록해야 하며
그걸 토대로 갖게 된 인사이트를 연결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사람들과의 교류, 대화가 필요하다.
저자의 인문학적 철학적 소양이 높은 덕에 의외로 철학적인 내용이 많았고
(의미를 완전히 알순 없지만) 좋은 문구들도 많았다.
그중에 책 말미에 있는 '동일한 것의 영원한 반복'(Ewige Wiederkehr des Gleichen) 이란 말이 가장 와닿았다.
일어나서 씻고 밥먹고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저녁먹고 잠들기까지
우리의 삶은 매일 반복된다.
매일의 일상이 똑같은 것 같지만, 그러면서도 어제와 같지 않고 조금씩 나아간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온 날들이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겠지.
언듯 보면 동일한 것을 영원히 반복하니까 끝없는 인생의 굴레를 뜻하는 것 같지만
왠지 이 말이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래, 누구나 반복되는 삶을 산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나아간다.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지는 내가 기획해야 한다. (물론 정답은 없다.)
사는대로 생각하는게 아니라 생각하는대로 살 수 있도록,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성실하게 반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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