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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강연자가 사람들에게 팬더곰, 원숭이, 바나나가 있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중 2개를 한 카테고리로 묶어보라고 하면
동양인은 대개 원숭이와 바나나를 묶는 반면, 서양인은 원숭이와 팬더곰을 묶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본적이 있다.
(나 역시도 원숭이와 바나나를 묶었었고, 지금까지도 원숭이와 팬더곰은 왠지 어색하다)
그걸 보면서 동양인과 서양인의 인식의 차이가 상당하구나 하고 흥미를 가졌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그런 인식차이에 관한 책 <생각의 지도>를 읽게 되었다.
사회심리학자인 저자 니스벳 교수는 서문에서 이 책이 나오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한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모든 인간이 보편적이기에
동양인과 서양인의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중국인 제자의 주장에 호기심을 느껴 연구를 진행한 결과
생각보다 분명하고도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게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에 막연하게나마 서양인과 동양인은 생각하는게 다르다고 느끼긴 했지만,
그것이 과학적인 방법으로 입증이 되었다고 하니 좀 놀라웠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보기에 앞서 우리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서로의 사고방식, 인식틀을 인지함으로써 상호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래와 같은 소위 K-푸드(불고기) 홍보광고는 정작 서양인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추신수 선수 = 한국인 = 불고기>로 인식이 확장되지만
서양인에게는 <추신수 선수 =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 불고기(?)>로 인식되기 때문에
왜 추신수 선수가 불고기를 들고 있는지 (심지어 불고기가 한국 음식인 것도 모를 것이다),
이 광고가 도대체 무얼 말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동양인과 서양인이 가진 사고방식의 차이점의 핵심은 개별성과 전체성에 있다.
서양인은 각각의 사물이 가진 개별적 특수성에 초점을 맞춘다.
사물의 특수성(본성)을 파악해서 이와 비슷한 특성을 가진 것들끼리 범주화하고,
이를 검증함으로써 보편적인 어떤 법칙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고 방식은 명사가 발달한 언어에도 반영되어 있으며,
이러한 언어를 사용하고 이러한 사회분위기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자신(개인)을 특별하게 보고 자존감도 높은 편이다.
반면 동양인은 개별적인 사물이 아닌 전체를 보는 편이며 상황과 맥락을 중시한다.
그리고 순환론적인 사고방식(대표적인 예가 새옹지마?)을 갖고 있어서
서양인이 봤을 때 모순적인 것도 모순이 아닌 경우가 많다.
개인간의 갈등과 대립보다는 전체적인 조화와 융합을 강조하기 때문에
튀는 것을 싫어하고 자존감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렇다면 동양인과 서양인의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생긴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는 그 원인으로 동양인과 서양인이 살아온 생태환경을 꼽는다.
대규모의 인력이 필요한 쌀농업이 발달했던 동양에서는 서로간의 협동, 전체가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농업보다는 수렵이나 무역이 발달한 그리스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쟁을 중시했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살아가는 환경이 경제적 차이를 만들고 이것이 언어와 인식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본다.(유물론적?)
그리고 서양인의 이러한 인지적 특성때문에 과학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앞서나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개별 사물의 특수성에서 범주화를 통해 추상적 개념을 만들고
이것이 맞는지 틀리는지 검증과정을 논쟁을 통해 벌이는 것이 서양인에게 익숙했기 때문에
과학의 원리, 법칙을 탐구하는데 이러한 사고방식이 기여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서양인의 사고가 옳고, 동양인의 사고가 나쁜 것인가?
저자는 서양인의 사고와 동양인의 사고가 옳고 그름이 아닌 "차이"의 문제라고 한다.
서양인의 지나친 논리주의는 여러가지 오류를 범하기 쉽다.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랜시스 후쿠야마 같은 학자는 결국 모든 사회가 서양의 정치, 경제(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로 귀결되며 서양인식론이 최종적으로 승리했다고 하지만
저자 니스벳은 현재 중국, 일본, 한국같은 나라가 자본주의 사회임에도 운영방식이 서양과 다르며 완전히 서양화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상호간 교류를 통해 서로의 장점이 융합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지금 세계는 점점 글로벌화되어 연결이 확장 가속화되는만큼
니스벳 교수의 말대로 동서양의 장점이 융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인식, 문화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막연히 교류만 한다고 해서 이해도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일반인의 교양서로서 좋을 뿐만 아니라
특히 글로벌 비즈니스와 연관된 사람들에게는 꼭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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