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출근시간이 되면
아... 사무실 가기 싫다... 일 좀 안하고 살 수 없나... ㅠㅠ
한숨 쉬며 출근하기 일쑤.
그렇지만 그저 하는 투덜거림일뿐, 진짜 내가 일을 안하고 산다는 생각은 사실 해본적이 없는 것 같다.
어쨌거나 일을 안하면 먹고 살수가 없으니;;;
그런데 진짜로 일 안하는 세상, 안해도 되는 세상이 와서 내가 일을 안하고 살 수 있다면 어떨까.
과연 그저 좋기만 할까??
이 책은 사실 내가 2005년, 그러니까 무려 16년전에 산 책이다.
그때 내가 노동 분야에 관심이 있던 때라,
저자 리프킨이 어떤 사람인지 책이 얘기하려는 내용이 대충 어떤 것인지 전혀 알지도 못하고 그저 제목에 이끌려 샀다가
(알고보니 '책 읽어드립니다' 프로그램에도 소개된 유명한 책이었던 것을)
페이지수(450쪽)와 글자크기의 압박;;으로 못읽고 그저 인테리어용으로 전락해버린게 어언 16년.
이번에 드디어 읽었다.ㅎㅎㅎㅎ
이 책의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기술의 진보와 생산성 향상이 지속(가속화)됨에 따라 |
저자인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미국의 경제학자, 사회학자, 작가, 사회 운동가로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넘나들며 자본주의 체제 및 인간의 생활방식, 현대 과학기술의 폐해 등을 날카롭게 비판해온 세계적인 행동주의 철학자이다.
특히 과학 기술의 변화가 경제, 노동,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활발히 집필 작업을 해왔다.
( 이 책 외에도 <엔트로피> , <소유의 종말>, <육식의 종말>, <수소 혁명> 등 많은 저서가 있다)
이 책은 리프킨이 기술의 변화가 노동 분야에 미친(그리고 앞으로 미칠) 영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앞으로 만약 "노동이 필요없는 사회"가 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몇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기술이 계속 진보한다(기술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에는 대부분 이의가 없다.
그런데 기술이 진보한다고 반드시 일자리가 줄어들까?
19세기 프랑스 경제학자 세이(Jean Baptiste Say)에서 유래해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기술확산을 통해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고 실업의 문제도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많은 정통주의 경제학자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동자를 기계로 대체하면 실업이 늘어난다(정확히 말해 실업자 예비군을 만들어낸다)고 보았다.
(문제는 이걸 자본주의 경제번영을 위한 일종의 필요악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도 공급경제학자들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기술확산으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기 이전에, 기업은 노무비를 절감하기 위해 노동자를 기계로 대체하는 생산 자동화를 더 빨리 채택할 것이다. 그럼 수요가 창출된다 하더라도 소득이 없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소비할 능력이 없다.
(실제로 20세기초 기술확산과 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과잉대량생산이 일어났지만 소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경제공황이 일어났고, 대중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때부터 경영에 있어서 홍보와 마케팅이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동화, 적시 고용 등 경영 전반에 있어서 이러한 기술적, 제도적 혁신이 일어나면
가장 대체하기 쉬운 인력,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부터 우선 피해를 입게 된다.
농업분야를 봐도 예전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했던 목화재배에 기계가 도입되면서 그곳에서 일하던 흑인들은 일자리를 뺏기고 도시의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해야만 했다.
문제는 흑인이나 도시 하층민, 여성 등에서 시작된 노동력 감소가 점차 중간관리자 계층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 AI 기술이 발전되는 양상을 보면 그전에 고수익 전문직이라며 선호하던 변호사, 회계사, 금융권 등도 이제 안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 혁신은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일어난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종래에 있던 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에서 주로 치중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기술이 그 전에 없던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떤가? (예를 들면 스마트폰 같은)
새로운 기술이 만든 새로운 산업은 당연히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 낼 것이다.
문제는 4차산업혁명 시대는 기술발전의 속도나 새로운 산업의 출현 등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기존 산업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새로운 산업에 만들어진 일자리로 곧바로 적응할 수 있을까?
신산업은 특히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비교적 단순했던 기존 산업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신산업에서 요구하는 인력이 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새로운 산업들은 기존 산업처럼 대량생산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의 인력을 요하지도 않으며,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채용하고 해고하는 임시직 고용을 선호한다. 과거처럼 한번 들어가면 평생을 일하는 직장은 이제 없을 거라는 소리다.
결과적으로 기술의 발전은 어떤 식으로든 실업을 늘린다.
특히 최근의 4차 산업혁명의 성과를 보면 단순히 실업자가 늘어난다 정도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할 필요가 없는 사회"가 올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만약 일할(노동할) 필요가 없는 사회가 된다면, AI나 로봇이 모든 일을 처리해주고 사람은 그에 따르는 부가가치와 여가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일 아닌가?
여기서 다시 "일(work), 직업(job)"이란 무엇인가 를 생각해봐야 한다.
사람들에게 일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 어떤 의미인가?
일은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 해야하고 직업은 생계를 위해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될만큼 부자라면, 일이 필요 없을까?
아마도 지구상의 어떠한 국민보다도 미국인들은 자신들을 자신들의 일과의 관계에서 규정짓는다. 어렸을 때부터 젊은이들은 커서 무엇이 될 것인가를 끊임없이 질문 받는다. <생산적>인 시민이 되어야 된다는 관념이 국민의 성격 속에 너무나 깊이 각인되어 갑작스레 일자리를 거부받았을 때 그의 자존심은 추락하는 것 같을 것이다. 고용은 수입의 척도 그 이상의 것이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해고되었다는 것은 비생산적이고 더욱 더 쓸모없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p.292) |
일은 단순히 생계를 넘어 자신의 정체성, 사회에서의 역할과도 관련된다.
그래서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면 생계를 떠나 자신이 더이상 사회에서 할 역할이 없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고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나 지금처럼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산업이 급격히 변하면 기존의 산업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더욱 더 자신이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쓸모 없게 되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들을 대략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기술의 발전은 필연적이다.
2.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실업의 증가도 필연적이다.(실업자가 늘어난다)
3. 사람들에게는 일이 있어야 한다.
(반드시 생계 때문만은 아니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가?
지금까지 정부는 실업을 줄이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 등 여러가지 정책을 써왔다.
그렇지만 충격을 조금 완화하는 것일뿐, 근본적인 사회와 산업의 큰 변화 흐름을 꺾을 수는 없다.
저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제3부문(사회적 경제)을 활성화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제3부문은 시장과 정부가 아닌 시민 공동체를 말하며, 사회적 경제는 시장 교환 경제와 달리 측정되지 않는 연대, 봉사활동 등을 지칭한다.
사실 지금은 당연한 기업, 민족국가는 전체 인류 역사에서 그리 길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저자는 "시민들이 세계 시장의 물리력과 미약하고 무능한 중앙정부의 권위에 대항할 활기 있는 공동체를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이제는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전통적으로 미국사회에 있었던 자발성, 자원봉사정신(volunteerism)을 강조한다.
물질적 풍요를 고집하는 시장 비전은 행복 증진의 주요한 수단으로서 생산 원칙과 효율성의 기준을 찬양한다. 인간이 시장 경제를 지지하는 한 생산의 확대와 무제한적인 소비라는 가치가 개인의 행위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질 중심적 세계관이 지구를 탐욕스럽게 소비해왔다. 지구의 생태계는 한편으로는 자원 고갈에 의해서 다른 한편으로는 환경 오염에 의해서 위협받고 있다. 제3부문 비전은 20세기 산업적 사고를 지배했던 물질주의에 매우 필요한 해독제를 제공한다. 제3부문은 타인에 대한 서비스로 참가의 동기 부여가 이루어지고 일자리 보장은 인간 관계 및 공동체 의식의 강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사회적 경제의 정신이 국가의 새로운 과제를 수립할 수 있는 강력한 대항적 세계관으로 구체화되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시장의 가치가 국가의 일상사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과도한 관념들이 있기 때문이다. (p.349~350) |
생각해보면 그동안 시장만능, 물질주의에 경도되어 공동체의 가치를 많이 잊고 살아왔던 것 같다.
시장주의는 결국 끝없는 경쟁과 생산, 소비만을 부추기고, 우리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욕구 즉 공동체 내에서의 안식과 행복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그러면 이러한 제3부문, 사회적 경제와 자원봉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어떤게 있을까?
저자는 자원봉사시간을 임금으로 계산하여 세금을 공제해주는 '그림자 임금', 취업과 별도로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을 보장하는 '연간소득'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대기업에 대한 보조금 중단, 불필요한 방위 프로그램 축소, 복지관련 관료 축소, 부가가치세 도입 등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전에 기본소득 논의가 있었다.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일을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보지만, 찬성하는 사람들은 기본소득을 지급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내 생각에도도 기본소득이 지급된다고 해서 곧바로 모두들 일을 그만둘 것 같지는 않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일은 단순히 생계유지의 수단만이 아니라, 자신를 보여주고 드러내는 것이자 사회와의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세상은 점점 더 빨리, 더 많이 변화할 것이다.
그리고 저자의 말대로 정말 인간의 노동이란 것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후세 사람들이 예전 사람들은 이런 것까지 사람이 했냐며 놀랄지도 모른다)
세상이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 모르겠지만,
결국 모든 이들의 삶의 이유이자 목적은 '행복'이기에
사람들의 삶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다같이 어떻게 노력해야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을 나누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있었던, 그리고 앞으로 있을 세상의 변화는 물론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지, 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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