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

지리가 우리에게 던진 숙제 '평화' - 지리의 힘 / 팀 마샬

미뇽쓰 2020. 10. 7. 15:11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패널들이 책 얘기 나누는 것도 재밌고

무엇보다 설민석 선생님 강독이 너무 훌륭해서 좋아했던 프로그램 <책읽어드립니다>에서 소개되어 알게된 팀 마샬의 <지리의 힘>.

제목만 들었을 땐 뭔가 지리를 이용한 성공사례(?) 또는 지리강국들 이야기(?) 이런 내용일줄 알았는데

저자인 팀 마샬이 분쟁 지역을 직접 현장에서 취재하는 국제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라 그런지

지리가 만든 역사, 특히 분쟁 상황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고보니 원제목  'prisoners of geography' (직역하면 '지리의 포로(?)')가 좀더 와닿는 느낌이다.

인간은 지금껏 많은걸 성취했지만, 여전히 지리라는 한계는 분명하고

이런 한계속에서 역사(특히 분쟁)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리의 힘
국내도서
저자 : 팀 마샬(Tim Marshall) / 김미선역
출판 : 사이 201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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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지명이 나올 때마다 챕터별 첫장에 있는 지도를 보며 읽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좀더 자세한 지도를 보기 위해 간혹 구글 지도를 보기도 했다.

처음 듣는 이름의 지역들도 있었고, 이름은 들어봤지만 위치는 처음 알게 된 곳도 많았다.

학교 다닐적 세계지리시간보다 훨씬 더 지도를 열심히 본 것 같다.

덕분에 머릿속으로는 지구 몇바퀴를 돌고 세계여행을 한 기분이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 우주를 향하고 가까운 미래에 우주여행도 할 수 있을거라지만 

아직 지구에도 그동안 내가 몰랐던 곳들이 참 많구나 싶었다.

 

 

 

 

세계는 넓고 갈곳은 많다(?)

 

 

 

이 책에서는 지리의 영향을 받은 주요 지역(중국, 미국, 서유럽, 러시아, 한국, 일본,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인도, 파키스탄, 북극)들의 과거와 현재 상황, 앞으로의 전망을 챕터별로 다루고 있다. 

읽으면서 지리와 더불어 그 지역의 역사, 경제 군사적 상황을 알 수 있어 세계지리, 세계사, 국제정치를 동시에 공부하는 느낌이었다.

 

우리 민족은 강대국의 사이에 놓인 반도이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끊임 없는 외세의 침략을 받았다고 한다.

북쪽에서 거란, 여진과 같은 북방민족이 끊임없이 침입했었고, 동쪽의 일본은 중국을 칠테니 길을 빌려달라는 등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다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그럴때마다 우리 민족은 때로는 외교를 통해 슬기롭게 대처하거나 때로는 결사의 의지로 항전하며 5천년의 역사를 지켜왔지만, 1945년 해방 후 본격적인 냉전시대 미소 양대 강국의 영향으로 우리는 지금까지 안타깝게도 전세계 유일한 남북한 분단국가 상태다.

소위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우리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저자는 이런 우리나라를 두고 "지리적 특성때문에 강대국의 경유지가 된"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반도라는 문제는 풀 수 없다. 그냥 관리만 할 일"이라고 시작부터 단정한다.

한반도의 문제는 너무 복잡할 뿐더러, 전 세계에는 이 문제 말고도 관심이 시급(?)한 일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행위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는 건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통일 한국의 국경, 즉 자신들의 코앞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미국도 남한을 위해 싸우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지만 그렇다고 우방을 저버리는 짓을 할 수도 없다. 한반도 개입에 있어서는 오랜 역사를 지닌 일본은 어떤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모른 체 할 수는 없는 입장이기에 되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할 것처럼 보여야 한다.
해결책은 타협이겠지만 남한은 이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고 북한의 지배층 또한 이를 받아들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향후 전망은 누구도 알 수 없다." (p.161~162)


 

우리는 휴전인채로 70년 가까이 살아와서 곧잘 잊곤 하지만, 여전히 "전쟁 상태"다.

인구 1000만의 메가시티이자 수도 서울은 휴전선과 비무장지대에서 불과 5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게다가 북한은 핵폐기 의지가 없기 때문에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우리는 머리 위에 핵무기의 위협을 안고 사는 셈이다.

이런 일촉즉발의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대화와 타협이겠지만, 결코 쉽지 않다.

북한은 계속해서 독재정권을 유지해야 하고, 우리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일된 한국이 가져올 변화를 주변 강대국들도 크게 반기진 않는다.

언제까지 이런 불안한 상황을 지속해야만 할까?

자칫 북한 정권이 붕괴하거나 지도부 내분 등으로 강경파가 득세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하루 빨리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찾아와서 우리 미래 세대는 이런 걱정이 없이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반도에 전쟁 공포가 영원히 사라졌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겐 감옥이 되기도, 누군가에겐 기회가 되었던 지리.

만약 우리에게도 히말라야나 알프스 같은 높은 산맥이 있었다면 우리 역사가 달라졌을까?

일본이 우리 나라에서 좀더 멀리 떨어져 있었다면 어땠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한반도의 지리가 좀더 복잡했더라면, 그래서 지리가 주는 방어적 이점이 있었더라면

우리 선조들이 조금은 덜 희생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지리가 복잡했다면 대신 교류가 어려워서 문화 발전의 속도가 더디었을지도 모른다.)

지리의 도움 없이 5천여년간 이땅을 지켜낸 선조들의 희생과 용기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선조들이 힘들게 지켜온 한반도의 평화를 우리 손으로 완성할 수 있도록 모두의 지혜와 힘을 모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