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

사랑해야 한다 - 자기 앞의 生 / 에밀 아자르

미뇽쓰 2019. 6. 20. 09:49

 

 

자기 앞의 생
국내도서
저자 : 에밀 아자르(Emile Ajar) / 용경식역
출판 : 문학동네 200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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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소설은 잘 안 읽는 편이지만

어느 책에서 이 책을 언급하면서 이런 책을 써주었다는 것만으로 작가에게 감사한다는 내용을 보고

도대체 얼마나 좋은 책이길래... 궁금했다.

 

책을 사서 표지를 보니 기대가 더욱 커졌다.

"열네살 소년 모모가 들려주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생의 비밀!"

게다가 작가 에밀 아자르는 진 세버그의 전남편이자 유명한 소설가 로맹 가리이고, 이 소설로 또한번 공쿠르상(사실 잘 알지 못하는 상이다;;)을 탈 만큼 작품성이 뛰어나다하니... 기대가 매우 컸다.  

 

읽고 나니 글쎄... 이야기가 그렇게 복잡한 편은 아니라서 읽는 것 자체는 쉬웠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알 수 없는 감정과 생각이 많이 들었다. 솔직히 좀 힘들기도 했다. 

 

주인공 모모의 삶(生)은... 아...이건 대체 어떤 삶이라고 해야되나.

중절수술 못한 창녀의 아들로 태어나 다른 창녀의 아이들과 함께 로자 아줌마(이분도 창녀 출신;;) 집에 맡겨져서

정확한 이름도 출신도 부모도 나이도 모른채 살고 있는 아이...

모모는 프랑스 사회에서 낮은 계층의 이방인으로 살고 있다.

그건 모모의 주변 사람들 - 로자 아줌마, 롤라 아줌마, 모세, 하밀 할아버지, 왈룸바씨 등 - 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는 모모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 처한 열네살 아이의 생각이 어떨지 상상이 안됐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작가가 참 대단한 것 같다)

읽으면서 이 작가는 모모를 통해 뭘 보여줄려는 거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거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사실 다 읽은 지금도 잘 모르겠다. ;;)

 

이거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다.

모모와 로자 아줌마, 이웃들 모두 가장 낮은 곳에서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서로를 외면하지 않고 돕는다.

로자 아줌마는 점점 병들어 죽어가고, 열네살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지만

모모는 로자 아줌마를 떠나지않고 나름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로자 아줌마를 지킨다.

모모 덕분에 로자 아줌마는 생의 막바지에 병원에 가지 않고 인간으로 존엄하게 죽을 수 있었다.

모모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로자 아줌마가 아프기 전까지는 창녀 엄마와 그 엄마를 죽인 정신병자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오갈데 없는 아랍인 아이 모모(모하메드)를  보호하고 돌본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모모와 그 주변 사람들은 프랑스 사회의 일반적인 사람은 아니다.

인종도, 종교도, 직업도, 심지어 성별도(트렌스젠더까지) 프랑스의 소수자들이자 변두리 이방인으로 살고 있다.

그러니 그들의 생이 결코 녹록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기 만의 생을 열심히 산다.

로자 아줌마도 아프기 전까진 창녀들의 아이를 거두어 길렀고

트렌스젠더인 롤라 아줌마도 엉덩이(?)로 벌어먹을 지언정 열심히 산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돕는다. 

그래서 생이 힘들지만 생을 포기하지 않는다.

 

소설의 마지막 문구

"사랑해야 한다."

이렇게 힘든 삶인데도, 사랑해야 한다 라고 한다.

앞으로 모모의 생이 지금까지와 달리 크게 많이 바뀔 수 있을까?

'나딘'을 등장시킨건 모모에게도 삶의 전환점이 올 수 있다는 희망을 독자에게 주기 위함이었을까?

이랬든 저랬든 모모는, 앞으로 (커서 엉덩이로 벌어먹지 않겠다는) 로자 아줌마와의 약속을 못지키고 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자기 만의 생을 꿋꿋이 살겠지.

 

나 역시 나의 지금 생이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지만

나와 네 주변을 사랑하면서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