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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는 이해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한다 - 90년생이 온다 / 임홍택

미뇽쓰 2020. 7. 13. 21:35

 

 

90년생이 온다
국내도서
저자 : 임홍택
출판 : 웨일북 201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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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82년생 김지영 세대다.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걸 굳이 밝힘;;)

 

입사한지 10여년이 지나 조직의 중간급이 되어갈수록,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을때 만큼의 긴장이나 두려움은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나의 고참들, 선배들이 승진하고 퇴직하는 것 못지않게

나보다 어리고 경력이 짧은 후배직원이 들어오는 걸 보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어느날부터 "요즘 애들은" 내지 "라떼는 말이야"하는

소위 꼰대스러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

 

 

라떼는 말이야.... 바닐라라떼가 젤 맛있더라...훗>_<♡

 

사실 처음 직장에 들어왔을땐 선배들이 하는 말,행동들이 이해 안갈때도 많았는데

(하긴 그때는 동기 외에는 다 선배니까;;)

어느샌가 그들과 오래 있다보니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어느 정도는 그냥 포기하고 받아들여서

선배들한테는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다.(물론 아주 특이한? 사람들은 여전히 적응 안되지만;;)

이제는 오히려 새로 들어오는 후배들한테 적응이 안될때가 많다.

일할때 항상 채팅창을 켜놓고 채팅을 하고, 휴게실에서 종종 노닥(?)거리고,

다른 직원들 야근하는데 쌩하니 먼저 퇴근해버리고, 그 와중에 각종 수당이나 혜택은 철저히 칼같이 챙기는..?

그래서 요즘 후배들은 조금은 얌체(?)같다는 느낌도 받았던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보면 채팅이 업무상 필요해서 했던 것일수도 있고

(우리는 아직도 일이든 잡담이든 전화가 익숙한데 요즘 후배들은 메신저를 더 선호하는 것 같다)

휴게실은 말 그대로 필요할 때 쉬라고 만들어놨으니 쉬는 것이고

자기 일을 시간내에 끝냈으니 퇴근하는게 당연하고

본인이 받을 수 있는 수당이나 혜택을 궁금해하고 찾는 건 본인의 당연한 권리인데

왜 지금까지 그런걸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그것이 권리이고 당연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심지어 그렇게 행동하고 싶었지만)

왠지 그런걸 드러내면 조직에서 성격이 나쁘거나 모난 사람이라고 인식될까봐 참았는지도 모르겠다.

 

 

저자 역시 82년생 밀레니얼 세대이고 대기업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맡았던 업무경험을 통해

90년대생이 기성세대는 물론 80년대생과도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을 좀더 이해하고자 여러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90년대생이 공무원을 꿈꾸는 이유와, 90년대생들이 갖는 몇가지 특징 들을 알게 되었다.

 


 

어른들(꼰대들)은 요즘 젊은 사람(90년대생)이 꿈도 없고, 패기도 없고

그저 안락한 공무원이 되길 꿈꾼다고 한다.

하지만 90년대생들이 공무원의 꿈을 갖게 만든건 어쩌면 그들이다.

90년대생들은 어려서 IMF 이후 변화된 우리나라의 저성장과 고용불안 현실을 보고 자랐다.

그래서 평생 직장에 대한 기대가 없고, 현재 거의 유일한 평생 직장이라 할 수 있는 공무원을 선택하는 것이다.

어른들이 젊었던 우리나라의 고속성장기에는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소위 "개천에서 용나는 일"이 꼭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흙수저/금수저 라는 수저론이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의 계층간 불평등은 더 심화.고착되고 있다.

정치, 사회에 대한 시각(관점)을 형성하는 시기가 14~25세 정도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90년대생이 우리 사회에서 처음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한 세대가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미래가 불확실하니 차라리 현재를 즐기자,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이 느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90년대생은 또 어떤 특징들을 갖고 있을까.

 

첫째, 90년대생은 간단한 걸 좋아한다. 복잡한 걸 싫어한다.

줄임말을 많이 사용하고 글 보다는 영상이 익숙하다.

이건 아마 어렸을때 부터 컴퓨터, 인터넷 사용이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뭐가 됐든 일단 재밌는 걸(웃기는 걸) 좋아한다.

재밌는 건 누구나 좋아하는것 아닌가 할 수 있다.

그렇지만 90년대생은 재미를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추구하는 것 같다.(상대적으로 진지한건 싫어하는 편)

특히 병맛, B급 감성, 드립 같은 걸 좋아한다.

최근에 비(rain)의 깡 열풍도 (1일1깡, 깡 챌린지 등) 이런 것과 일맥상통하는 듯 하다.

 

1일3깡ㅋㅋㅋ

 

셋째, 공정함(정직함)을 중시한다.

90년대생이 공무원을 꿈꾸는 이유 중 하나는 공무원 임용이 (대기업 등 취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정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90년대생은 부당함, 불편함을 비교적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참지 못한다.

작년 8월 조국 교수의 법무부장관 지명 당시 조국 교수의 자녀 인턴활동 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조국 교수 본인의 법무부장관으로서의 자질 여부보다 자녀 문제가 크게 부각되는 점이 조금 안타깝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 사회, 특히 젊은 세대가 부당하게 보이는 인턴쉽, 그리고 금수저 문제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사실 아버지가 그런 분이 아닌 일반인은 그런 학술대회나 인턴쉽을 쉽게 접근할 수 없을테니 말이다)

그만큼 90년대생은 공정함, 정직함, 기회의 균등(이런 것이 정의라고 생각할 것이다) 등을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과연 90년대생을 어떻게 이해하고 함께 일해야 할까. 

90년대생은 앞서 말한대로 평생 직장 개념이 없고, 반드시 조직에 충성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조직에 충성하지 않겠다라기 보다 반드시 (본인이 느꼈을때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지시에 따르지만은 않는다. 

워라밸, 즉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고, 통제나 참견보다는 참여를 원한다.

그래서 가급적 흥미나 참여를 이끌고, 이직을 원할 경우 무조건 막기보다 도와야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부분에서는 저자와 나는 생각이 약간 다르다.

내가 만났던 90년대생은 (물론 많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지시에 잘 따른다.ㅎㅎㅎ;;;

오히려, 본인의 생각이 뚜렷하게 없거나 밝히지 않고

그저 시키는대로 한다는 수동적인 경우가 많았다.(공무원 조직이라 그런가?;;;)

나는 90년대생 후배들이 그들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서, 자신의 생각(소신)을 가지고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선배들이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말고 경청하고, 가급적이면 수평적이고 편안한 소통을 할 수 있어야겠지.(나부터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 스스로 많은 반성과 다짐을 해본다.

나 역시 꼰대스럽게 행동하고 후배들 의견이라고 무시했던건 아닌지.

그 전에 하던대로만 일하려고 했던 건 아닌지.

말도 안된다고 하기 전에, 한번쯤 그게 왜 안되는 건지 진짜 안되는 건지 한번더 생각해야겠다.

덧붙여 90년대생 후배들에게 바라는 것 두가지.^^;;

90년대생 답게, 도전적으로, 자기만의 생각을 갖고 일해주었으면(의외로 상사들도 담당자 의견을 무시 못한단다)

위에서 지시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수동적으로 하지 말고

그리고 선배들이 후배들을 존중해야하듯, 후배들도 선배들을 어느 정도는 존중해주었으면 한다.

꼰대라 해도 할 수 없지만, 요즘 일부 후배들은 지시가 그저 부당하다고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내 "갑질"은 큰 문제인데, 요즘은 일부 "을질"도 있다.

선배들도 사람인지라, 을질 하는 후배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우리 모두는 결국 행복하려고 사는 사람들인데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려고 하면 좀더 즐거운 일터,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